Existence of Aliens
‘외계’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외계인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면 혹시 ’외계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나요? 다양한 이미지들이 있겠지만 대부분 책이나 영화 등의 매체에서 본 것들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인이나 외계 생명체는 단 한 종도 없지만, 외계인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는 많으니까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외계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외계인(外界人)은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경계 바깥에 있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실제로 외계라는 단어에도 “바깥 세계”라는 뜻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외계인은 ‘지구가 아닌 곳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즉, ‘외계인’이란 단어에서 ‘외계’는 ‘지구 바깥’을 의미하는 것이죠.
여기서 잠깐, ‘사람’은 무엇일까요? 만약 여러분이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간’이라면 지구 바깥에서 사는 생명체가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여러분은 이 생명체를 ‘사람’이라고 생각할까요? 우리하고 비슷하게 생기면? 지능이 있으면? 아니면 그들이 만들어낸 언어와 문명이 있으면? 이것도 아니면 우리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할 수 있으면? 생각해보면 외계‘인’이란 단어는 정의부터 애매하고 인간 중심적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오게 된 단어가 ‘외계 지적 생명체’입니다.
이제 용어를 새로 정의해 봅시다. 우선 ‘외계 생명체’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지구 바깥에 사는 생명체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생명체란 ‘본인의 후손을 만들 수 있는 객체’로 정의하겠습니다. 그리고 ‘외계 지적 생명체’는 ‘전파를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문명을 가진 외계 생명체’1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즉, 우리가 직접 눈으로 찾아보지 않고 전파 등의 수단을 통해서 통신할 수 있는 생명체를 ‘외계 지적 생명체’라고 하는 것이죠.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더 던져보도록 하죠. 여러분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죠.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우주는 매우 넓고 광활합니다. 우리 은하만 해도 천억 개가 넘는 별들이 있고,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천억 개가 넘게 존재합니다. 이렇게 많은 별들 중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별들이 있겠죠? 그 행성들 중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외계 생명체는 우주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우주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결론에도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죠.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생명체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한다는 주장이 옳다고 결론지을 수도 없습니다. 이것 역시 추측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두 주장 중 어느 쪽이 맞는지 밝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직접 외계 생명체를 찾는 것입니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방법에는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방법 1. 직접 탐사선을 보내 생명체 혹은 그 흔적을 찾는 방법
방법 2. 관측을 통해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 여겨지는 현상들을 찾는 방법
방법 3. 외계 생명체가 송신하는 전파신호를 수신하는 방법
방법 4. 외계 생명체에게 직접 전파신호를 보내고 답신을 수신하는 방법
우선 태양계 내부에 있는 생명을 찾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합시다. 방법 1은 외계 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죠. 그래서 우리는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 여겨지는 현상들이 발견된 천체들에만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탐사선을 보냅니다. 그렇다면 어떤 현상이 생명체의 존재성을 말해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외계 생명체의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가정한 외계 생명체의 성질은 정의에서 규정한 ‘본인의 후손을 만들 수 있는 객체’라는 것 하나뿐입니다. 사용하기에는 너무 모호하고 포괄적인 성질이죠. 그래서 우리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의 생명체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지구에는 실제로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가정이 그럴듯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뒷받침해줍니다.
지구 생명체의 특징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생존에 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외계 생명체 역시 ‘액체 용매’를 필요로 한다고 가정할 수 있겠죠. 대부분 ‘액체 용매’는 물이 됩니다. 지구 생명체들이 물을 이용해 생명 활동을 하고 있고, 물의 화학적인 특성(극성, 높은 비열)이 생명체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현재 태양계 내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발견된 천체인 화성, 유로파, 엔셀라두스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2 예외적으로 타이탄은 액체 상태의 메탄이 있다는 사실이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에 의해 밝혀지면서3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죠. 그래서 앞으로 태양계 내에서의 생명체 탐사는 이 행성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미 화성에는 탐사선을 꾸준히 보내고 있죠.
태양계 외부에 사는 생명체들은 어떤 방법으로 찾을까요? 태양계 외부의 천체는 탐사선을 보내거나 항성을 제외한 천체들의 지리적, 화학적 특성을 알아내기엔 너무 멀리 있습니다. 그래서 방법 1과 방법 2를 사용할 수 없죠. 이 경우에는 방법 3, 4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 방법들은 모두 ‘전파’(빛)를 사용합니다. 즉, 방법 3, 4는 전파를 우주로 송신할 수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밖에 찾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이유 때문에 외계 지적 생명체를 ‘전파를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생명체’로 정의하는 것이죠.
방법 3에 해당하는 탐사 방법에는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가 있습니다. 우주에서 오는 전파신호를 분석해서 그 중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냈다고 여겨지는 신호를 찾는 프로젝트이죠. 하지만 현재까지 SETI에서는 그러한 신호를 찾지 못했습니다. 1977년에 Wow signal이 발견되었지만, 이 역시도 일시적인 신호인 것으로 드러났죠. 방법 4에 해당하는 탐사 방법은 Active SETI라 부르고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1974년에 M13방향으로 송신된 아레시보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아직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방법 3, 4를 통해서 찾을 수 있는 외계 생명체는 매우 한정적이고 찾으려는 시도마저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를 직접 찾는 대신 외계 행성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들과 망원경들을 이용해 총 4,016개4의 외계 행성을 찾았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망원경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입니다. 이 망원경은 외계 행성이 중심별을 가릴 때 일어나는 밝기 변화를 통해 외계 행성을 찾습니다. 다시 말해 외계 행성계에서 일어나는 식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죠. 이 방법으로 총 2,3455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했습니다. 현재는 이 망원경의 후임인 TESS가 열심히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습니다.6
그럼 이 행성 중에서 어떤 행성들에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요? 이걸 알아내기 위해 도입한 것이 ‘골디락스 존’입니다. ‘골디락스 존’이란 행성계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구간을 뜻합니다. 행성이 이곳에 있으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올라가게 되겠죠. 예를 들어보도록 하죠. 태양계에서 골디락스 존에 있는 행성은 지구와 화성입니다. 그중 한 행성(지구)에는 이미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고 나머지 한 행성(화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고 있죠. 이것 이외에도 중심별의 질량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발견된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추정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 찾은 외계 생명체와 외계 행성은 우리에게 어떤 점들을 시사할까요? 그중 하나는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가 특별한 것인지 아니면 흔한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고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특별한 행성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것도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동설이 발표되면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실이 부정되었고, 외계 행성계의 발견으로 태양계 또한 특별한 항성계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더 나아가 지구형 행성들의 발견으로 지구와 비슷한 질량과 구성성분을 가진 행성 역시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님도 밝혀졌죠. 앞으로 외계 생명체가 발견되면 지구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특별한 것이 아닌 흔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를 넓혀준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설명한 생명체 탐사 방법들을 보면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성질들을 참고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외계 생명체가 발견되고, 구성, 대사, 생식 등의 범주에서 지구 생명체와 다른 점이 발견되면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생명체에 관한 지식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죠. 이런 의미에서 외계 생명체의 ‘외계‘는 지구 바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지식 밖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도록 합시다. 과거에 우리가 아는 생명체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동물’과 ‘식물’이 전부였습니다. 1673년에 레벤후크가 망원경을 이용해 물속에 사는 미생물을 발견하고, 그 이후 박테리아나 곰팡이 등도 발견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의 범위가 진핵생물과 원핵생물(세균)까지 늘어나게 되었죠. 하지만 여기까지의 생명체는 대부분 생존하기 위해 물, 영양분(광합성을 하는 경우는 빛), 산소, 그리고 효소를 기반으로 하는 생체반응들이 잘 일어날 수 있는 온도와 pH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 아주 높은 온도에서 사는 호열성세균, 강염기성 환경에서 사는 극호염성세균, 산소를 싫어하는 호염성 세균 등이 발견되면서 우리가 아는 생명체의 범위가 더욱더 넓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지식의 확장은 생명과학을 통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죠.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보도록 할까요? ‘발견’이라는 단어에는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이라는 뜻이 있습니다.7 이 정의는 우리가 발견한 것들이 우리가 발견하기 이전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내재하고 있죠. 위에서 설명한 외계 행성들이나 미생물들도 우리가 발견하기 전에, 아니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도 전에 우주 혹은 지구에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발견’을 통해서 증명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일 수 있을까요?
만약 이 질문이 수학의 영역에서 던져진 질문이라면 답은 간단합니다. 논리체계 안에서 모순이 있다는 것을 보이면 됩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때문에 완벽하지 않긴 하지만요. 그렇지만 자연과학의 영역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물론 학문이니만큼 논리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연과학은 ‘자연’을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현재의 논리체계 안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는 현상이라도 나중에 실제로 발견되어 이론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항상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일 수 있을까요? 앞에서 말했다시피 생명과학의 논리를 이용해 외계 생명체의 존재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현재 생명과학은 적용 분야가 사실상 지구생명체이기 때문에 외계 생명체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즉,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우주를 샅샅이 탐사해서 실제로 우주에서 지구 이외의 천체에 사는 생명이 없음을 보이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방법에는 여러 가지 결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결점은 우리가 전체 우주를 관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을 사용하더라도요. 그러면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로 범위를 좁혀보도록 하죠. 우리가 빛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실제로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천체에 직접 가서 뒤져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하나 다 뒤지기에는 천체의 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대부분의 천체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서 현재 우리 기술로는 탐사선을 보낼 수 없죠.
이제 우리가 보여야 하는 명제를 ‘우리가 탐사선을 보낼 수 있는 특정한 천체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로 바꾸어보도록 합시다. 그 행성에 생명체가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건가요? 위에서도 밝혔듯이 ‘생명체’의 정의는 너무 넓고 포괄적입니다. 그러므로 지구생명체들을 기준으로 생명체의 특성들을 가정하고 탐사를 해야 하죠. 그렇다면 과연 탐사 결과 특정 성질들을 가진 생명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는 이것을 근거로 ‘이 행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아!’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한 천체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음을 보이는 것도 어려운데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일 수 있을까요?
외계 생명체는 과연 존재할까요?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긍정적인 대답을 들을 가능성은 있지만, 부정적인 대답을 들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것입니다.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사실들을 알아가게 될까요? 그 지식을 이용해 우리는 무엇을 더 알아낼 수 있을까요?
제프리 베닛, 이강환, 권채순 역,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에서 두 단어의 정의를 가져왔습니다. ↩︎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3210 ↩︎
https://solarsystem.nasa.gov/missions/cassini/science/titan/ ↩︎
2019년 7월 20일 기준입니다. ↩︎
마찬가지로 2019년 7월 20일 기준입니다. ↩︎
외계 행성에 대한 자세한 통계는 https://exoplanetarchive.ipac.caltech.edu/index.html를 참고하세요. ↩︎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 (표준국어대사전 ‘발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