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1: 서울대 여성주의 자치언론 쥬이쌍스
Fly, queer-fly
내게는 합법적인 언어가 없다. 나는 독일어로 노래하고, 영어로 내 감정을 숨긴다. 불어로 나는 훔쳐 날아오른다. 나는 훔쳐 날아오르는 여자이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었겠는가?
자신을 드러내고자 할 때, 타인과 소통하고자 할 때 가장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언어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언어가 없습니다. 그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 사람들. 언어가 없기 때문에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그러나 언어가 없다는 것이 우리를 부정할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언어가 없다는 것은 존재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억압받아왔다는 의미입니다. 억압의 실체를 밝히고 내가 보는 나 자신을 그려낼 언어가 없다는 것입니다. ‘합법적인 언어’는 소수자의 고통과 즐거움을 표현할 어휘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수자로서 정체성을 갖고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LGBT를 부정하는 말들, 왜곡하는 말들, 판타지로 덮어버리는 말들 사이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려면 새로운 말이 필요합니다. 없었던 말을 만들고, 있던 말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어렵게 찾아낸 ‘다름’과 ‘같음’. QueerFly의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그녀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으로 떨리는 몸을 던진다. 그녀는 거리낌없이 말하고 그녀는 날아오른다. 그녀는 목소리 속으로 완전히 들어간다. 그녀는 몸으로 말의 논리를 지탱해나간다. 그녀의 살이 진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라는 공간은 여느 곳과 다르지 않게, LGBT의 언어가 삭제된 곳입니다. 학내에서 운동하고 있다는 집단 안에서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서울대 안에서 LGBT의 정체성으로 온전히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힘듦을 이야기할 언어가 주어지지 않았기에, 억압은 드러나지 않고 학교는 평화로워 보입니다. 스스로가 누구인지 잊기를 강요하는 덤덤한 폭력의 일상.
그래서 QIS에서 매체를 발간하고자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절실하게 반가웠습니다. 혐오의 언어를 훔쳐서 치유와 자긍심의 언어로 날아오르게 하려는 시도. 어렵기 때문에 더 필요한 일입니다. 스스로를, 누군가를 숨쉬게 만들 수 있는 언어는 절박합니다. 웃고 울고 읇조리고 소리지르고 토해내고 들이키는 새로운 언어가 태어나는 것은 정말로 기쁜 일입니다.
말하고 들음으로서 우리는 소통할 수 있고 언어는 온전해질 것입니다. QueerFly의 글은 많은 사람들과 만날 것입니다. 끊임없는 대화가 될 것입니다. 이 대화에 쥬이쌍스가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함께 변화하고 나아가는 쥬이쌍스와 QueerFly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소수자의 시선을 견지하는 매체로서, 거리낌없이 말하고 높이 날아오르기를.
QueerFly의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