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3 - 문화비평: 그 목소리를 들려줘

hiro
September 22, 2007

대학교에 들어온 이후 접했던 것 중 하나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뒤풀이 문화다. 술 마시고 쓸데없는 소리하고, 괜히 취해서 주변 사람만 괴롭히는 이런 자리. 친해지겠다고 노력하려면 남아있어야만 하는 그런 귀찮은. 그렇게 술자리에 있다가 새벽 3-4시쯤 되면 가게되는 곳은 70-80% 노래방이다. 나는 이런 자리에서 노래방을 가는 것을 꽤나 싫어했었는데 이건 딱히 노래 부르는 것을 싫어해서도 아니고, 남 앞에서 부끄러워서란 이유도 아니다. 그저 나는 ‘그 얼빵한 남자애들’의 목소리가 듣기 싫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의 선택권은 아무 것도 없었다.

새내기였던 시절, 조금이라도 사람들과 친해져 보려는 마음에 어쩔 수 없어서라도 따라가야 했었던 노래방. 나의 남자 선배님들은 어줍지도 않는 후까시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여자 후배들에게 잘 보이셔야지, 남자 후배들에게 멋진 형님도 되셔야지. 내 동기들도 어차피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그들은 노래 선곡에 있어서 탁월했다. ‘선배가 네 여자 넘볼 때’ 어쩌고 저쩌고부터 해서, ‘누난 내 여자니까 너라고 부를게’라든가 인생 멋지게 살아야지라는 이야기, 너를 사랑해도 되니, 그녀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노래들. 뻔하게 일반 남자애들의 후까시로 가득 찬 슬픔과 사랑과 인생을 다룬 가사들, 남성적인 보이스에 맞는 박효신이나 sg워너비 식의 두꺼운 목소리. 그남들은 노래방이라는 공간에서 그런 톤에 그런 가사를 가진 그런 노래를 온전히 즐기며 부를 수 있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한 남자선배가 친절하게 나에게 마이크를 쥐어주었다. 뭐든지 불러보라고. 대부분의 경우, 거절을 하고 마이크를 다시 넘기곤 하였지만 한번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후의 분위기를 여전히 잘 기억하고 있다.

중2때까지 늘 첫째 줄에 겨우 160 이 됐을 무렵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야 물론 2년 전 일이지만
기뻐하는 게 당연한 데 내 기분은 그게 아냐

하지만 미안해 니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

널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상처 입은 날들이 더 많아
모두가 즐거운 한 때에도 나는 늘 그곳에 없어
정말 미안한 일을 한 걸까 나쁘진 않았었지만
친구인 채였다면 오히려 즐거웠을 것만 같아

하지만 미안해 니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랐었어 그 사람이

델리스파이스, 〈고백〉

다행히도 다음 노래가 신나는 노래였기에 분위기는 다시 유지될 수 있었다. 이런 1학년 때 이후로는 다시 이런 귀찮은 목소리들을 들을 필요가 없어졌는데 그건 내가 식1도 안 되는 ‘얼빵한 그남들’이 있는 공간을 떠났기 때문이다.

싫었다. 정말이지 듣기 싫었다. 사랑을 못해서 안달이 난 건지 남자답게 그녀 타령을 해대는 노래들이 싫었고 가수들이 싫었다. 그렇게 뻔하고 뻔한 이야기를 되풀이해가면서 써나가는 노래의 작사가가 누군지 신기하다고 생각했고, 또 그런 종류의 노래만 골라서 부르는 가수들도, 남자애들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네들이 어떤 인생 역정을 겪으며 힘들게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그런 가사들에 이해해줄 공감대도 없거니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티끌만치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를 좋아하는 내가 온전히 좋아할 수 있는 노래는 애초에 매우 적었고, 그런 노래들을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어려웠다.

이상할 정도로 대부분의 대중 가요는 거의 다 사랑노래이다. 행복한 커플, 이별, 짝사랑, 고백… 그리고 남성 보컬이 부르는 사랑 노래에서 대상은 언제나 그녀를 상정한다. 그녀, 여자와 같은 지시 대명사가 가사에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너’라는 표현을 쓴다고 해도 그것이 동성애적 대상일 가능성은 정말이지 전혀 없다. 이런 가사에 등장하는 너는 아름답고 예쁜 너이고 이별한 후에 수척해져서 연약한 너이고 남성 보이스에게 수동적인 느낌으로 존재하는 너이다. 여/남의 권력관계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가부장제 하에 이성애가 만연해 있는 사회에서 이런 종류의 이미지가 투영되는 존재는 여성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남자 보컬이 이야기하는 상대방이 남성일 것이라고 생각해보는 청자가 과연 몇이나 되며, 저 목소리가 동성애적 상상력을 가능하게 만드는 목소리이기는 할까? 이미지화는 남성 보컬의 목소리가 ‘남성적’일수록 더욱 선명해진다.2 락 음악의 경우, 국내에서는 여성 보컬리스트가 희귀한 상황이어서 남성 보컬리스트가 부르는 노래들은 많은 경우 너무도 강렬하게 그녀에 대해 애달파 한다. 대중적인 팝음악의 경우는 이들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그와 그녀의 관계를 확증해준다. 주인공이 이성애자 아닌 이야기를 찾아내기는 꽤나 어렵다. 여성 보컬이 부르는 노래도 마찬가지다. 애절하고 슬픈 그녀들의 노래에서 상대방이 여성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왁스나 이수영 같은 가수들의 노래가 그렇다. 그녀들은 섹시한 댄스 가수이거나 깨끗한 느낌의 발라드 가수로 남겨진다.

물론, 이런 이성애 구도의 노래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노래를 이성애자만이 아닌 퀴어들도 늘 들으며 즐기고 살아간다. 좋아하는 가수도 노래도 많다. 하지만 자신(gay)이 아무리 좋아하는 남자 가수의 노래라도 가사에 ‘그녀’와 같은 말이 들어간다면, 그 순간 멈칫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간혹 무척 맘에 드는 노래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 음악을 온전히 즐기는 심정은 아니다. 가끔은 가수처럼 따라 부르고 싶어도 그렇게 굵은 톤의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로 나에겐 그런 목소리를 낼 능력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그런 돼지멱따는 소리의 노래를 부르고 싶지도 않지만. 다양한 의미로 퀴어들이 이성애를 바탕으로 삼은 노래를 완벽히 자신을 주체로 삼아 받아들이긴 어렵다.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음악 역시 많은 이성애자들의 생각을 드러내고 노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이성애자들을 위한 노래들만 잔뜩 널려있고, 이에 비해 동성애적 함의를 포함하는 가사와 상황들은 한글자라도 쉽사리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성애 구도를 분명하게 상정하려 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기색이 보이면 당황스러워한다. 이제까지의 이성애는 분명한 이분법 구도를 바탕으로 서있는 것이고 그에 따라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의 맞는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음악에 있어서도 수용자의 입장에서 남성 보컬의 노래는 남자가 즐기고, 여성 보컬의 노래는 여자가 즐기는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가사의 스토리상으로도 남-여로 분리되는 것이 감정 이입하기도 쉽고, 남성톤과 여성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따라 부르기도 편하다. 이 이성애의 이분법은 견고한 듯해 보이지만 양분화 된 것을 간단히 조작만 하게되면 그 상황은 매우 쉽게 깨져버리고 우습게 변한다. 노래에 있어서도 애절한 여성보컬의 노래를 남성이 부르고 여성을 애타게 찾고 내 님을 그리는 남성보컬의 노래를 여성이 부르게 되면 굳건한 이분법은 간단하게 무너진다. 그렇다보니 노래방에서 종종 이렇게 역전된 상황을 접하게 되면 일부 사람들은 웃거나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 뭔가 어색하다는 반응이다. 여성이 맡아왔던 목소리의 자리에 들어선 남성과 남성이 맡아온 목소리의 자리에 들어선 여성의 상황은 동성애적 상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3 이 상황이 사실 그렇게 웃기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웃음을 유발하는 이유가 이성애 구도를 흐트렸기에 생기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는 동성애가 일상적이지 않은 특수한 상황임을 전제로 한 웃음이 된다. (하지만 역시 재밌긴하지 ;;)

다음 노래는 여성보컬이 부른 노래인데 남성이 부른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노래가 될까?

Mom I can not go home tonight again 엄마 난 오늘밤에 집에 들어갈수 없어요
The truth is I`m in bed with him 사실 난 그와 침대에 있으니까요
When you can`t sleep worrying about me 당신이 내 걱정에 잠 못 이룰 때도
I`ll have fuck with him 난 그와 섹스를 하고 있겠죠

You are filled with thinking of me all night long 당신은 내 생각으로 밤을 지새우겠죠
I just totally forget you in his arms 난 그의 팔에 안겨 당신을 완전히 잊겠지만요
I know I am everything to your life 난 내가 당신 삶에 전부란 걸 알아요

(중략)
cause you are my mom 당신은 내 엄마니까
Thanks mom, thanks mom 고마워요 엄마 고마워요
Thanks mom, thanks mom 고마워요 엄마 고마워요

네스티요나, 〈cause you're my mom〉

만약 정말 남성보컬이 이 노래를 불렀다면 엄청난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별칭으로 게이불효자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지도?? 실제로 게이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놀다보면 어찌나 한결같이 여성 보컬들의 노래들을 열창하는지 신기한 광경이다.4 그래, 이렇게 역전된 상황을 즐기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나 같은 목소리로는 여성 보컬의 목소리를 따라잡기가 어렵다. 남성 보이스를 따라 가는 것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역전의 방식으로 노래를 온전히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일반이나 이반이나 마찬가지로 한정적이다.

한편 보컬과 가사자체의 관계에서도 이성애적 균열지점들이 있다. 앞에서 말했던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은 발표 이후 그 가사를 바탕으로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곡이다. 평소에 신경 쓰지도 않던 인간들이 갑자기 ‘가사를 해석’하는 행위를 하였다. 저 가사 그대로라면 고백이란 곡은 문제가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잠시 여기서 친절한 네이버 지식인을 참조해보자.5

Q) 이 노래 가사의 주인공 얘긴가여? 그렇다면 무슨내용인지..ㅡㅡ;; 해석좀..부탁드려요 ᄏ

A1) wonnderain (2003-04-24 20:35 작성)
이 가사를 해석한 것을 본적이 있는데.. 대충의 기억밖에는 안나네요. 먼저 삼각 관계입니다. 이 노래가 쓰였던 영화 ‘클래식’의 상황과도 비슷하죠. 남자 a,b 둘이 친구인데 160이 됐을무렵~ 이라고 말했던 화자가 a고 b가 넓은 가슴의 남자 입니다. b의 여자친구를 a가 짝사랑하고 있었죠. 그런데 ‘하지만 미안해 니 넓은 가슴 ~~’ ~~ 부터는 화자가 그 여자로 바뀝니다. b의 가슴에 뭍혔을때도 그녀도 맘속으로는 a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널 좋아하면 할수록~ 부터는 a로 바뀝니다 화자가…

A2) quake259 (2003-04-24 20:31 작성)
누구 이야기인줄은 모르겠네여 ^^; 제 생각이지만 주인공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여친을 만나면서 그때에 자신의 첫사랑을 회상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좋은 내용은 아니네여 바람을…-ᄆ- 주인공의 고백이 아닐까요-

A3) neofables (2005-03-25 14:42 작성, 2005-03-25 14:42 수정)
델리 스파이스의 대표곡중 하나인 “고백"은 영화 클래식에 삽입되어서 널리 알려졌었죠. 아주 좋은 곡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가사 내용을 가지고 초반에 말이 많았었죠. 특히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미안해 니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라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되었던 것은 기존의 선입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남자 보컬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남자"가 가사의 주인공이고 여자 보컬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여자"가 가사의 주인공이라는 식의 선입견이죠. “고백"에서 주인공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주인공 여자는 2년전에 좋아했던 한 남성에게서 우연히 사랑고백을 듣게 되죠. 하지만 그때는 이미 다른 사람과 사귀고 있는 상황. 2년 전의 사랑이 아직 가슴에 남아있지만 현재의 사랑에게 미안한 마음때문에 갈등하는 그런 상황을 그린 노래입니다. …(후략)

이 친절한 네이버 지식인들의 답변에서는 엄청난 노력들이 엿보인다. 첫 번째 답의 경우, 3명의 인물을 배치시킴으로써 가사를 이성애적으로 자연스러운 내용으로 바꾼다. 이런 식의 해석은 고백의 가사가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H2〉에서 주인공들의 대사를 따와서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함께 든든한 지지기반을 마련하였었다. 하지만 묻고 싶은 것은 이렇게 등장인물을 3명이나 배치하면서까지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이다.6 두 번째 해석은 가사의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단순하게 여친과 남자 주인공의 관계라는 설명을 한다. 세 번째 해석이 주목해볼 만한데, 여기서는 남자 보컬에 의해 불려지는 노래가 여성이 주인공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가사를 새롭게 해석한다. 하지만 이 해석이 ‘편견을 깨라’는 말까지 하면서 정작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지점은 ‘이 노래는 이성애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라는 것이다.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이기에 모든 것이 말이 된다 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질문과 답변들은 하나의 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가사의 내용을 알고 싶다라는 질문의 다른 표현은 이것이 이성애적인 틀에서 어떻게 말이 되는지 말해줘요와 다르지 않다. 동성애적 혐의를 가지는 곡은 증명의 과정을 거쳐서 이성애적인 곡으로 거듭나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고백의 가사 중 이렇게 일반들을 당황스럽게 만든 부분은 단 하나다 - ‘니 넓은 가슴’. 남성 보컬의 입에서 ‘니 넓은 가슴에 묻혀’라는 말이 나온 순간, 한국말인데도 가사가 해석이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네이버 지식인에도 물어보는 것이다.

고백이라는 노래를 어떻게 해석하고 자기가 받아들이든지 자유지만 그 가사 자체를 해석해야 되는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이 노래를 특이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의 표현이다. 이 당시 가사를 두고 있었던 논란은 잠정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흐지부지하다가 끝났었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이라면 이 노래의 해석을 두고서 벌어진 논란들이 매우 짜증스러웠고, 동시에 이런 사건을 계기로 고백이 ‘그들만의 노래’가 되었다는 사실을 반쯤 은밀하게 반쯤 씁쓸하게 받아들여야했다.7

어렸을 때는 그냥 쉽게 티비를 켜면 쉽게 볼 수 있는 가수들의 유행가를 좋아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었을까? 그런 노래들과 잡았던 손을 놓기 시작했다. 아무 노래나 따라 불러도 그것이 무슨 의미일지 별로 생각하지 않던 시기를 지나서 남중생이 된 나를 지켜주던 노래는 자우림 1집이었다. ‘파애’와 ‘이틀전에 죽은 그녀와의 채팅은’과 같은 곡들은 온전히 나만의 노래가 되었고 그 뒤에도 그런 감수성을 가진 노래들은 늘 나의 10대를 지켜주었고 많은 기억들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고백’의 가사에는 온전히 나를 투사할 수 있는 기억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또 무수히 많은 곡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해주는 노래들. 나는 그렇게 찾았던 노래들에 지금도 여전히 많이 기대고 있다.

정말 미안한데 말이지, 선배가 니 여자를 넘보든지 누나는 니 여자이든지 나랑은 상관이 없거든? 그런 이야기 이제 지겹지도 않아? 그런 목소리로 부르는 니 노래 별로 듣고 싶지도 않아. 동성 커플이 즐겁게 노래방에서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들도 있었으면 좋겠어. 남자친구랑 이별하고서 부를 수 있는 노래도 있으면 좋겠어. 늘 내가 하는 짝사랑 이야기도 누군가 해주었으면 좋겠어. 그냥 하루하루 삶에 대한 이야기도 끄적인 가사가 있으면 따라서 부를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목소리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줘. 내가 어떤 노래를 부르든 일반들이 상관할 수 없게. 그렇게 그 목소리를 들려줘.


  1. 취향의 gay식 표현 ↩︎

  2. 이는 게이들의 목소리가 여성적이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전제와 연관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성애 구도에서 강함, 굵은 톤, 위압적인 목소리 등의 이미지를 획득해 나갔기에 ‘남성적’이다라는 표현은 일반 남성에게 더 친밀한 표현이 된다. 사회적으로 이반을 정의하는 것은 ‘일반들이 하지 않는 행위를 한다’라는 안티 테제를 통해 이루어지기에 일반 남성과 이반 남성은 실상 다르지 않다 하더라도 기존의 가부장제 체제아래에서 맡아온 남성의 이미지는 이성애 남성에게만 부여된다. ↩︎

  3. 하지만 안타깝게도 음악의 영역에서 여성 보컬의 목소리는 남성에 비해 매우 적게 존재하기 때문에 평소에 노래방에서 여자애가 남자 노래를 부른다고 그렇게 이상한 눈초리를 받지는 않기도 하다. 분명히 몇몇 노래들은 ‘제가 설마…’ 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

  4. 이렇게 써두멘 ‘게이들은 다들 목소리가 여성적인가요?’ 라는 질문이라도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볼까봐 걱정해서 그러는데 별로 그렇지는 않다. 충분히 남성적 목소리가 나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같이 모여 노는 경우에 여성적인 톤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단지, 남자 노래보다 여성 보컬의 노래를 부르는 건 재미의 문제일 수도 있고,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

  5. ‘델리스파이스-고백 이 노래의 가사가 무슨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 네이버 지식iN 검색 ↩︎

  6. 덧붙여, 〈H2〉의 핵심 관계또는 3명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

  7. 5집의 2번트랙 ‘날개달린 소년’은 ‘그의 가슴을 겨냥해, 황금으로 화살 하나로’와 같은 가사를 가지고 있어서 동인녀들 사이에서는 ‘게이필승사랑가’라고 불린다는 것. 3번트랙의 제목은 ‘어린 나의 왕자에게’라는 제목인 것을, 그리고 6집 ‘Missing you’의 뮤직비디오는 〈메종 드 히미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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