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2 - 정세: 청소년 인권학교를 다녀와서

blueMON
September 22, 2007

제 9회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를 다녀와서…

현재 청소년 동성애자가 받고 있는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과장하여 표현하면 학교와 같이 공동체적인 생활이 일어나는 곳은 청소년 동성애자들에게는 고문하는 곳과 다름없다. 동성애자라는 것이 밝혀지면 집단적인 따돌림이 시작되는 것은 물론, 현실에서의 소외와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더 심한경우에는 자퇴를 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며 가출을 하기도 한다. 현재로써는 청소년 동성애자가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곳이 넉넉하지 못하다. 그래서 청소년 동성애자는 숨어서 지내야 하고,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의지할 곳 없이 혼자서 괴로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청소년 동성애자에게 힘을 주기 위해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이하 인권학교)라는 이름의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무거운 느낌이 나는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는 올해로 아홉 번째 생일을 맞았다. 인권학교가 처음 개최된 배경에는 10대 레즈비언 커플의 자살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동성애자를 감싸주어야 함을 깨닫고 만13~19세의 LGBT를 대상으로 한 인권학교가 시작되었다. 인권학교에서는 정체성에 대한 불안함을 함께 나누고 정보교환과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지금까지 많은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다.

지난 8월 3일~5일까지 종로 아이샵 센터에서 열린 9회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에서도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였으며 청소년 동성애자와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크게 과거, 현재, 미래라는 커다란 주제를 가지고 입학식과 졸업파티, 그리고 놀이터라는 이름의 프로그램 다섯 가지를 포함하여 일곱 가지의 작은 프로그램들로 이루어졌다.

인권학교에 참가한 첫날에는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입학식 및 친교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었으며, 과거에 관한 pride곡선을 그리는 놀이터1이 준비되어있었다. 친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간단한 자기소개와 첫인상을 주제로 한 게임을 준비하였으며, 즐겁게 웃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함으로써 첫 만남의 어색함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놀이터1 과거를 돌아보며 작성하는 pride곡선은 자신의 LGBT에 대한 pride를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 자신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고, 그것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queer로써 pride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와 queer이기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서로서로가 힘이 되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둘째 날, 섹스를 주제로 한 놀이터2와 이반으로써의 좋은 점을 생각하는 놀이터3을 준비하였다. 놀이터2에서는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섹스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과 섹스에 대해 간단한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여러 조로 나누어서 섹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조별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이 과정을 통하여 서로가 알고 있던 판타지와 잘못알고 있는 섹스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함께했다.

마지막 날, 놀이터4에서는 커밍아웃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프로그램과 놀이터 5에서는 이반으로서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프로그램, 졸업식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 놀이터4 커밍아웃은 나에 대한 커밍아웃, 가족에 대한 커밍아웃, 그리고 나와 가족을 제외한 타인에게 하는 커밍아웃이란 큰 주제 세 가지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의도를 상대에게 거부감 없이 전달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청소년 입장에서는 잘못된 커밍아웃이 집단적 아웃팅과 왕따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였고, 보다 효과적인(?) 커밍아웃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놀이터 5에서는 미래에 대해 불투명한 청소년 이반을 위하여 이반으로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리고 꿈을 주기 위하여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준비하였다. 우선 타로카드(운명 카드)를 이용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꾸려나갈 미래의 방향을 잡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인생 곡선으로 표현해 내었으며, 청소년 이반들이 바라는 꿈을 찾는 방법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하게끔 하였다. 이반학교 마지막 프로그램인 졸업식 프로그램에서는 인권학교 수료증을 직접 제작하고, 5년 후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발표하기도 했다. “꼭 그렇게 될 거예요”를 모두 외치며 참가자/스태프들은 9회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를 마무리하였다.

이렇게 마무리된 9회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는 남과는 다르다는 혼란 속에서 고통을 겪는 청소년 이반을 위해 기획되었고, 3일 모두 무사히 진행되었다. 청소년 이반이 혼자라는 것에 외로워하며 소수자라는 것에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물론 혼자라는 외로움을 모르는 것도, 소수자의 억울함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조금은 넓은 마음으로 지낸다면 소수자임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청소년 이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학교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이반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들에게 소수자로서의 행복함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당당해지고, 힘들지만 상황을 이겨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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